졸업 전 부끄러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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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메일이 오다
개강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의 교수학습센터에서 어떤 한 메일이 왔다. 저번 학기에 좋은 성적을 받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한다는 내용이었다. 예전에도 이 인터뷰에 관한 메일을 몇 번 받은 적이 있는데, 그때는 부끄럽기도 하고 '나라는 사람이 뭐라고 이런 걸 ...' 하는 생각에 그냥 지나쳤다. 내가 인터뷰를 받을 만한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 사람일까 의구심이 들었고, 솔직히 지금도 여전히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이제 1년 안에 곧 졸업해서 마지막 기회일 할 뿐만 아니라 내 대학 생활을 회고하고 '나'라는 사람이 어떤 특성을 지녔는지를 스스로 정리해 볼 김에 용기 있게 응하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이게 과연 용기 있는 행동이 맞을까...?
이번 인터뷰를 신청할 수 있게 된 원인은 지난 학기 학점이다. 자랑처럼 들려서 재수없어 보일 것 같아 이 글을 적으면서 스스로도 거북하지만, 사실 내 GPA는 결코 낮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등수는 정확히 모른다. 크게 의미도 없고...) 그런데 학점이라는 지표가 진로에 있어서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개인적으로 학점이 그 사람의 능력을 대변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이 생각은 굉장히 확고하다. 나는 다른 사람이 공부하는 가르침의 내용을 습득하고 이를 내 언어로 서술하는 데는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은데 반해, 어떤 창의적인 생각을 떠올리거나 새로운 걸 직접 발견 또는 개발하는 능력은 부족하다고 느낀다. 소위 말해 이론은 강하지만 실전에서 약하다고 해야 할까. 솔직히 말해서 프로그래밍을 잘 하는 편도 아니고 말이다.
세상에는 내가 갖추지 못한 부분에서의 능력을 지니거나 더 뛰어난 안목과 성품을 지닌 사람들이 셀 수도 없이 차고 넘친다. 학점은 학교 생활을 얼마나 성실히 했는지를 보여주는 척도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그래서 오히려 내가 지니지 못한 뛰어난 프로그래밍 실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진심으로 부럽다. 그러나 이렇게 탓만 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부족한 부분은 끊임없이 전력을 다해 노력해야 될 것이다.
여하튼 다시 돌아와서, 인터뷰에서 제시하는 질문들이 있고 사전에 원고를 써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질문에는 그동안 대학생활을 어떻게 보냈고 어떠한 식으로 공부했는지에 관한 내용이었다. 평소에 이런 생각을 하지 않다가 갑자기 이러한 내용을 쓰려고 하니 막막해서 꽤나 고민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인터뷰 원고를 작성하면서 "나라는 사람을 분석한다는 게 매우 어려운 일이구나"라는 걸 수도 없이 느꼈던 것 같다. 그래도 어찌저찌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써 내려가다 보니 인터뷰 내용 관점에서 크게 부족함 없이 완성했다.
인터뷰 질문과 그에 대응되는 답변 내용에서 글로 남겨두면 괜찮을 것 같은 부분들이 있어서 이를 여기에 남기고자 한다. 시간이 지나고 이 내용들이 내 대학 생활과 공부 방법이 어땠는지를 알려주는 흔적이 될 것 같다.
나만의 노트필기 전략은?
복학 전까지 특별한 노트필기 전략은 없었고, 단지 수업 시간에 종이로 된 공책에 교수님께서 판서하시는 내용이나 중요하게 말씀하는 부분 위주로 필기를 했다. 이를 바탕으로 시험 전까지 반복하여 공부했지만, 문제는 그 강의가 끝난 이후에 필기했던 공책을 자주 들고 다니거나 펼쳐 보지 않고 책장 한쪽 구석에 꽂아 놓았다. 그래서 나중에 수업 때 배웠던 잊힌 내용이 있을 때 공책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인덱싱'에 있어서 매우 불편함을 느꼈다. 다시 말해, 이전에 필기했던 내용을 빠르게 찾으려면 매번 노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훑으면서 어렴풋이 필기한 것으로 기억되는 부분을 찾아서 확인해야 했는데, 이러한 번거로움으로 인해 자연스레 필기 노트를 꺼내보는 일을 멀리하고 구글링 등 인터넷 자료에만 의존하게 되었다. 문제는 그러한 자료들이 매우 친절하게 잘 설명되었지만, 정작 나 자신이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그대로 온전히 익혀서 나만의 방식으로 서술한 자료가 아니기 때문에 그러한 내용을 진정한 나의 것으로 체화했다고 할 수는 없다고 느꼈다. 타인이 작성한 인터넷 자료에만 의존하기 보다는 강의 시간에 교수님께서 강의했던 내용을 어떠한 방식으로 이해해서 어떻게 나의 언어로 서술했는지가 드러나는 노트 필기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또한 필기 내용을 통해 그 당시 수업 시간의 분위기와 흐름을 간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어서 어떠한 맥락에서 그러한 내용이 나온 건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복학 후 세상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태블릿 PC, 랩탑 등 각자의 기기를 이용하여 종이 대신 노트 필기 응용프로그램을 사용하여 필기를 하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실 그전에는 전자기기로 수업 내용을 필기하는 것이 종이 노트보다 못하다는 막연한 생각을 지니고 있어서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어플리케이션의 기능도 다양해지고, 교수님의 별도의 지시가 없고 수업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수업 시간에 오로지 공부를 위한 용도로 디바이스를 사용하는 것에 관한 좋지 않은 시선은 많이 사라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복학 이후로는 화자 본인도 태블릿 PC로 수업 내용을 받아 적고있다. 사람마다 필기하기 편한 매체나 도구가 있을 테지만, 개인적으로 전자기기로 필기하는 것도 충분히 큰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언제든지 전자기기만 소지하고 있으면 이전에 필기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접근의 용이성도 있지만, 무엇보다 앞서 말한 바처럼 원하는 내용을 빠르게 찾을 수 있는 '인덱싱'이 매우 편리하다. 지금도 계속해서 수업 내용을 전자 필기장에 정리하여 잊힌 내용을 틈틈이 복습하는데, 그동안 나의 공부 흔적을 손쉽게 찾아서 되짚어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대다수의 필기 내용은 스캔하거나 PDF 파일로 내보내서 GitHub 또는 Notion에 정리하여 올린다.
수업 내용을 노트필기할 때는 그 필기체와 정리하는 레이아웃에 너무 집착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사람마다 노트필기를 하는 스타일은 모두 다르다고 생각하므로 수업 내용을 빠뜨리지 않는 선에서 되도록이면 본인에게 편하게 써 내려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전에는 개인적으로 너무 필기체에 강박증이 있을 정도로 집착했던 것 같다. 보기 좋은 내용이 이해하기도 좋다고 생각해서 글씨를 최대한 정자(正字)로 쓰고 이를 정리하는 형식에도 너무 많은 신경을 썼다. 그런데 외형적인 부분에만 치중한 나머지 정작 중요한 부분을 누락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어차피 대부분의 내용은 나 자신만 보는 대상이므로 주객전도가 되지 않도록 가능한 필기 내용 자체에 신경을 쓰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일부 필기 내용은 개인적으로 관리하는 공부 블로그에 다시 내용을 좀 더 보강하여 게시한다. 후술하겠지만 블로그 등 자신의 공부 내용을 정리하여 올릴 수 있는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건 적극 추천드리고 싶다. 이에 관한 이유는 뒤에서 자세히 말씀드리고자 한다.
전공과목의 공부방법은?
개인적으로 화자 본인은 이론에 충실한 편이고 코딩을 잘 하는 편이 아니어서 프로그래밍 관점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 공부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전공을 가리지 않고 전반적인 과목의 공부 방법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배운 내용을 자신만의 언어로 다른 사람에게 잘 설명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강의를 잘 듣고 그 내용을 잘 필기하여 정리해서 반복하여 보는 것도 기본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내용을 보지 않고 다른 사람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나만의 방식과 언어로 잘 설명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학습 내용은 오로지 내 것이 되지 않는다고 믿는다. 그래서 공부할 때 다른 사람을 항상 내 옆으로 데려와서 설명할 수는 없으므로 마치 자기 자신을 가르치듯이 내 언어로 paraphrasing 하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이유로 자신의 공부 블로그를 만드는 것을 추천드린다. 필기 내용을 보지 않거나 참고만 하는 수준에서 다시 배운 내용을 한 편의 글로 정리하여 웹 사이트에 올려야 하는 당위성을 만들어준다. 또한 본인이 공부한 내용을 외부에 공개하는 것이므로 본의 아니게 제 3자에게 내가 제대로 이해했는지를 점검하는 계기가 된다. 즉, 스스로 나만의 과제를 내게 부여하여 이를 '방문자'라는 사람에게 평가를 받는다. 글을 게시한 이후에도 주기적으로 글을 다시 읽으면서 글 작성 시점에 자신이 잘못 이해한 내용이 무엇이고 어떠한 내용을 보완할 수 있는지를 재점검하게 된다. 그리고 조금 재미 있는 얘기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블로그에 글을 게시하면 할수록 점점 늘어나는 방문자 수를 보면서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점들이 계속 스스로를 가르치면서 내용을 반복 학습하게끔 하고 이를 나의 것으로 체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블로그에 글을 길게 정리하여 쓴다는 게 생각보다 많은 힘과 시간을 소모해야 하는 일일 수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개인적인 상황에 따라 글의 내용을 좀 더 간략하게 쓰려고 노력하며, 본인의 역량에 맞게 적은 분량이라도 써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느꼈다.
나만의 전략적 시험 준비 노하우는?
사람마다 타인의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과 척도는 다를 수 있고, 개인적으로 시험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교수님께서는 학생들이 얼마나 수업 내용을 잘 소화했는지 평가하는 시험 출제 방식에 조금씩 차이가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시험 준비 전에 각 과목의 교수님께서 이전에 출제했던 문제들을 최대한 찾아서 이를 한 번은 꼭 풀어보려고 노력했다. 어떤 교수님은 특정 개념 또는 원리를 서술하는 유형으로 문제를 구성하기도 하고, 또 다른 교수님은 응용 위주로 문제를 출제하시는 경우도 있다. 그러한 문제 출제 스타일을 미리 경험하여 어떻게 시험 범위 내용을 공부해야 할지 방향을 잡을 수 있고, 시험 공부 과정에서 스스로 예상되는 문제를 생각해 볼 수도 있었다. 실제로 저번 학기 때 이러한 전략이 높은 학점을 받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 같다.
대다수의 교수님께서는 출제 비중은 개개인마다 다를지라도 가능한 교재에서 한 문제 이상은 출제하는 것 같다. 그래서 교재에 있는 핵심적인 문제를 반복하여 풀어보거나 test bank 위주로 공부를 했다. 또한 일부 시험 대비에 시간적인 여유가 있거나 기출문제에 관한 정보가 부족한 과목은 우리 학교 강의 외의 같은 내용과 교재로 수업을 진행하는 타 학교의 수업 자료와 기출문제를 찾아 풀어봤다. 특히 해외 대학에서는 과목별로 웹 사이트가 별도로 존재하고 그 하위 페이지에 지난 기출문제 파일을 공개적으로 게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으로 보인다. 거기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일부 기출문제를 풀어보면서 실전 감각을 익혔고, 응용 문제 위주로 출제되는 시험 과목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
발표는 어떻게 하면 좋은지?
발표 자료를 제작할 때 나 자신이 아는 바를 서술하기보다는 처음 PPT를 보는 사람이 어떻게 하면 쉽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지를 목표로 삼았다. 예전에는 텍스트는 하나도 넣지 않고 이미지와 표만 첨부하여 시각적인 효과만 높이고, 설명하려는 내용은 발표 스크립트로 따로 정리하여 구두로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여러 번의 발표를 경험하면서 과연 시각적인 요소만으로 청자가 온전히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고, 화자 본인이 청자가 되었을 때 시각적 표현 이외의 중요한 내용은 오로지 청각에만 의존하게 된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길지는 않지만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텍스트를 시각 요소와 같이 배치하여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고, 실제로도 이러한 발표 제작 방식이 좋은 호평을 받았던 적이 있다. 발표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형식적이거나 경직된 분위기의 현장이 아니라면 적재적소로 이모지(Emoji)를 배치해서 발표 내용의 낯섦에 관한 긴장을 풀고자 한다.
제작한 발표 자료는 그대로 간직하지만은 않고 이를 앞서 말한 블로그에 발표 내용에 관한 글을 정리하여 올릴 때 이미지 자료로 첨부하여 게시한다. 이를 통해 PPT 내용을 다시 한 번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고, 글을 작성할 때 이미지도 같이 올려야 한다는 부담감을 덜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자주 애용하는 방법이다.
상투적인 내용도 많고, 공부 방법과 스타일은 사람마다 다르기에 크게 타인에게 의미가 될 만한 내용이 많은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한 가지 확신하는 건 '배운 내용은 스스로 자신만의 언어로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진정으로 자신의 걸로 체화한 것이다'라는 점이다. 오늘 난 인터뷰를 잘 할 수 있을지, 인터뷰를 하고 나서 괜히 부끄러움과 민망함이 몰려오는 건 아닌지, 흑역사만 남기는 건 아닌지 하는 불안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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